나는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가

무아공간 오승욱 대표 | <나는 나다운 공간에서 살고 싶다> 북토크 후기

지난 2026년 7월 2일,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오승욱 대표님의 첫 책 『나는 나다운 공간에서 살고 싶다』 출간을 기념하는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250여 명의 독자가 자리를 가득 채운 가운데, 무아공간의 오랜 구독자였던 조수빈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습니다.

저자의 담담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청중과의 질의응답으로 이어진 편안하고 진솔했던 시간.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자 삶에 대한 이야기였던 그날의 대화를 지금부터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인테리어 책인 줄 알았는데, 철학서였다

방송으로 수많은 사람을 만나온 조수빈 아나운서에게도, 오승욱 대표와의 첫 만남은 '기묘한'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DM으로 연락을 드려 뵀는데, 커피 한 잔 마시는 한 시간 내내 저에게 철학적인 질문만 하시는 거예요. '수빈 씨의 나다움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하시면서요. 제가 점 보러 왔나 싶었어요.

대화 중에 어떤 책을 읽으면 좋겠냐고 여쭈었더니 『어바웃 해피니스』를 추천해 주셨어요. 읽어보니 제가 알던 인테리어 책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오승욱 대표님의 책을 '어바웃 해피니스의 한국판, 나를 알게 하는 철학서'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 조수빈 아나운서

 

이어서 조수빈 아나운서는 오승욱 대표에게 이 책을 쓴 이유를 물었습니다. 인테리어와 디자인을 다루는 사람이 왜 자아와 철학의 이야기를 꺼냈는지, 그 답은 그가 지나온 여정에서 시작됐습니다.

“사실 저는 집을 다루고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 책에서도 '나다움'을 공간의 언어로 많이 풀어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짜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는 조금 더 근본적인 것이었어요. 한국에서 일하다 외국으로 떠나 1년을 보내고 돌아오는 동안, 저는 결국 '나는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있나, 나라는 주체는 무엇인가'라는 자아에 대한 질문을 안고 있었거든요.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 무아공간 오승욱 대표

 
 

누구나 나답게 살고 싶다, 그런데 왜 어려울까

조수빈 아나운서는 이날 북토크에 지인을 모시고 왔다고 했습니다. 그 지인이 책 제목을 보고 건넨 말이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나는 나다운 공간에서 살고 싶다.'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냐, 당연한 거 아니냐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굳이 제목으로 썼다는 건 누구나 나답게 살고 싶은데, 정작 그렇게 살지 못한다는 뜻이 아닐까 하고요."

— 조수빈 아나운서

오승욱 대표가 이 책 전체에서 던지고 싶었던 질문도 바로 그 지점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질문을 관념이 아니라, 자기 삶으로 직접 통과한 사람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태어나 부모가 골라준 환경에서 살다가, 학교도 지역도 친구도 정해진 대로 만납니다. 그런데 성년이 된 지금, 내가 지나온 삶에서 '내가 직접 고른 선택이 무엇이었나’ 이걸 한 번쯤 꼭 돌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무아공간 오승욱 대표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집' 앞에 섰습니다

건축을 전공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던 그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안정적인 길을 버리고 세계를 떠돌았습니다. 조수빈 아나운서는 그 이력을 이렇게 짚었습니다.

"대기업 사원에서 임원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길이었잖아요. 그런데 좀… 변종 같은 삶을 사신 거네요."

— 조수빈 아나운서

"솔직히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인종차별에, 소매치기에, 사기 치는 집주인까지 겪으며 몸도 마음도 너무 황폐했어요. 예술 단체를 운영하다 빚이 수억까지 갔고, 한국에 오니 직장도 집도 보증금도 없어서 문래동 공장을 빌렸죠. 낭만처럼 얘기했지만, 사실 정말 힘들 때였습니다.

"인생이 참 허무해서 존재 이유를 찾아 한참 헤맸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이 한국의 주거 문화와 개인의 삶에 대해 내가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면 그게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무아공간 오승욱 대표

 

집은 결국, 한 가족의 삶을 담는 그릇

대화는 개인의 이야기에서 한국 주거의 문제로 확장됐습니다. 오승욱 대표는 책 1장 「나를 보여주는 공간」의 ‘네모난 무채색의 집’에서, 상담 때 아무리 다채로운 안을 제안해도 사람들이 결국 무채색으로 돌아가는 이유를 짚습니다.

"저도 이 책 구절에 뜨끔했어요. 저희 집도 하얀 벽에 나무 바닥이거든요. 막상 인테리어를 하려니 예산도 그렇고, 솔직히 저도 뭘 원하는지 모르겠고, 남들 좋다는 대로 하게 되더라고요. 한국에 오셨을 때 아파트가 다 똑같아 보이는, 그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걸까요?"

— 조수빈 아나운서

오승욱 대표는 "날카로운 질문"이라며 한국 주거의 역사를 풀어놓았습니다. 식민지와 전쟁으로 황폐해진 땅, 재건을 위한 산업화, 그렇게 굳어진 아파트 중심의 주거 문화.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삶은 개별화됐는데, 건축은 한 번 지으면 50년을 갑니다. 사이클이 너무 느려서, 삶은 변했는데 우리가 사는 형태는 그대로인 거죠.

굉장히 잘나가는 건축가 친구인데, 저에게 '쪽팔리게 왜 아파트를 하냐'고 하는 거예요. 도시와 역사, 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까지 고민하는 건축가들이 정작 대부분이 사는 공동주택을 외면한다는 게 충격이었어요.

집은 결국 한 가족의 삶을 담아내는 온전한 그릇이어야 합니다. 마감재가 얼마짜리냐만 묻는 시대에, 가족의 역사가 담기는 공간을 만드는 일 저는 그게 디자이너로서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 무아공간 오승욱 대표

 

근사한 안방, 알고 보면 각방

이날 가장 공감이 컸던 이야기는 부부의 침실이었습니다. 근사하게 꾸민 안방과 달리, 실은 각방을 쓰는 부부가 적지 않다고 오승욱 대표는 말했습니다. "코를 골아 아내에게 피해 주기 싫다"며 작은 방을 청한 남편도 있었죠. 그 뒤엔 진짜 이유가 있었습니다.

"집은 가장 내밀한 보금자리인데도, 사회적 인식 때문에 손님이 오면 안방을 보여주며 '우리 사이 좋은 부부야' 하고 싶어 하세요. 저희가 만든 키워드가 '따로 또 같이'예요. 30년, 40년을 함께 사셨으면 이제 좀 떨어져도 괜찮아요. 사이가 나빠서가 아니라, 삶의 리듬이 다른 것뿐이니까요.

저도 아내와 한 침대를 쓰는데, 저는 침대 밑에 온수매트를 깔고 뜨끈하게 자는 걸 좋아하고 아내는 한겨울에도 그걸 싫어해요. 수면 습관이 이렇게 다르니 새벽엔 슬쩍 소파로 가기도 하죠. 꼭 방을 분리하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우리 가족에게 맞는다면 침대를 나누든 이불을 따로 쓰든, 공간을 한번 바꿔보는 것도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 무아공간 오승욱 대표

 

나다운 공간은 돈이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대대적인 인테리어를 할 여건이 안 되는 독자를 향한 조언은, 이날 가장 진솔한 순간이었습니다. 대화의 문을 연 것은 조수빈 아나운서가 책에서 인상 깊게 읽었다는 한 대목이었습니다.

"제가 책을 소개하면서, 마지막에 정리에 대한 부분이 참 인상 깊었어요. 정리를 '한 사람의 내면 질서를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표현하셨잖아요. '내 인생의 질서를 세우려면 공간부터 정리하라'는 말도 있고요."

— 조수빈 아나운서

오승욱 대표에게 정리란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였습니다.

"작고 사소한 내 책상 하나도 정리하지 못하면서, 더 큰일을 꿈꿀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책상 한 편, 화장실, 자취방이라도 정리를 통해 내 삶의 질서를 세워보는 경험 그것만으로 스스로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져요.

부모님이 집을 사줘야만 내 정체성을 담을 공간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형편과 상관없이 내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감당해보는 것, 그게 어른으로 독립하는 첫 단추라고 생각해요.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 무아공간 오승욱 대표

 

그림 한 점으로 공간이 완성될 수 있을까

북토크 후반부는 청중의 질문으로 채워졌습니다. 인테리어의 구체적인 고민부터 삶의 태도에 대한 물음까지, 다양한 질문이 오갔습니다.

"처음부터 유명 작가의 작품을 큰돈 주고 걸 필요는 없어요. 포스터나 이미지, 오리지널이 아니어도 우리 가족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다만 온 집을 갤러리처럼 만들 수는 없어요. 벽 한 곳 정도는 비워두고, 대단한 작품이 아니라 가족사진이나 좋아하는 이미지를 거는 것으로 충분하죠. 박람회에 가면 그림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저는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 무아공간 오승욱 대표

실제로 그는 낡은 빌라의 벽지를 오려 액자로 만든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습니다.

"아이가 커나가며 그 벽에 그림도 그리고 키도 표시했던 낡은 빌라였어요. 그 기억의 조각을 남기면 좋겠다 싶어서, 벽지를 잘라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어 벽에 걸었습니다. 가족의 흔적을 세련되게 공간에 남기는 것 저는 굉장히 의미 있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 무아공간 오승욱 대표

 

마무리하며

끝까지 북토크 자리를 지켜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는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가.’ 그 질문이 오늘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잠시 머물기를 바랍니다. 더 깊은 이야기는 오승욱 대표의 책 『나는 나다운 공간에서 살고 싶다』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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