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공간, 2026 밀라노 가구박람회 보고회
2026년 4월, 세계 최대의 가구·인테리어 박람회인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에 참석하기 위해 오승욱 대표님과 무아공간 리더들이 밀라노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박람회 기간 4일 동안 걸은 걸음은 10만 6천 보. 박람회장 27개, 시내 쇼룸 22개, 총 49개 브랜드를 둘러봤고, 그 과정에서 남긴 사진과 영상은 3천 장이 훌쩍 넘습니다.
무아공간에는 함께 공부하고 나누는 문화가 있습니다. 밀라노에서 돌아온 뒤에는 현장에서 보고 느낀 인사이트를 팀원들과 나누는 사내 보고회를 열었습니다. 이 글은 그 기록입니다.
1961년부터 전세계가 모이는 그곳
‘살로네 델 모빌레’는 1961년, 전쟁 이후 이탈리아의 가구·금속·섬유 기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65년이 지난 지금은 가구를 넘어 앞으로의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자리가 되었죠. 인테리어 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박람회는 격년으로 특별전이 번갈아가며 운영됩니다. 짝수 해인 2026년은 ‘주방과 욕실’이 중심인 해였고, 홀수 해에는 ‘조명’이 메인이 됩니다. 그래서 이번 출장에서는 주방을, 그리고 주방과 연결되는 수납 디테일을 특히 꼼꼼히 살폈습니다.
그리고 2026년의 주제는 'A Matter of Salone'. 재료의 본질을 디자인의 출발점으로 다시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소재를 계속 찾기보다, 목재든 석재든 이미 우리가 가진 원재료를 어떻게 가공하고 활용하느냐. 그 질문이 이번 박람회 전체를 관통하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늘 고객님의 집에서 자재 하나, 마감선 하나를 고민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어요.”
— 무아공간 신동협 디자인팀 파트장
박람회장 안에서 발견한 것들
박람회장을 걸으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라운드’였습니다. 벽면이나 모서리에 살짝 곡선을 주는 수준이 아니라, 싱크볼과 석재, 가구 도어 곳곳에 라운드 가공이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통석을 그대로 깎아 곡면을 만드는 브랜드도 있었죠.
세라믹도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솔리드하고 미니멀한 표면은 줄어들고, 세라믹이 자연석의 결을 더 강하게 흉내 내기 시작했습니다. 붉은색과 짙은 패턴의 천연석이 하이엔드 브랜드의 주방마다 메인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손잡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해 유행했던 매립형 푸시는 줄어들고, 원목을 파내거나 도어의 빗각을 그대로 손잡이로 쓰는 방식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손잡이는 더 이상 부속이 아니라, 도어 디자인이 시작되는 지점이었습니다.
공간 연출에서 AI를 화려하게 내세우는 브랜드는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몇몇 브랜드의 생산 공정 안에서는 이미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장인의 손끝으로 완성하던 정교함을 이제는 AI 기반 생산 공정이 대신하고 있었죠.
“진짜 하이엔드는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완벽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 무아공간 차성진 기술팀 팀장
박람회장 안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두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미노띠(Minotti)는 1948년 설립된 이탈리아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로,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직원들이 직접 사용해보고, 무게나 불편함에 대한 피드백을 바로 디자인에 반영한다고 합니다. 소파의 착석 높이를 낮춰서 공간의 층고와 개방감을 살리는 방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포로(Porro)는 1925년 창립된 브랜드로, 살로네 델 모빌레 회장인 마리아 포로(Maria Porro)의 패밀리 기업이기도 합니다. 얇은 프레임과 절제된 디테일로 공간 전체의 균형감을 만드는 데 강점이 있고, 특히 드레스룸과 시스템 수납 분야에서 손잡이와 프레임의 존재감을 최소화해 공간을 더 넓고 깔끔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방식이 눈에 띄었습니다.
박람회 밖, 도시 전체가 무대
‘살로네(SALONE)’가 박람회장 안, 산업의 무대였다면 ‘푸오리살로네(FUORISALONE)’는 도시 전체가 무대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점점 더 많은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박람회 부스를 벗어나 자체 쇼룸에서 브랜드의 철학과 공간 경험을 보여주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박람회 기간에는 편집숍과 일반 매장까지 전시 공간처럼 꾸며져서, 도시 전체가 하나의 인테리어 축제처럼 운영되고 있었어요. 제품 하나를 개별적으로 보는 것보다, 가구와 마감재, 조명, 소품이 함께 구성된 전체 공간을 경험하는 게 훨씬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이때부터는 박람회장보다 밀라노 시내 쇼룸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 무아공간 신동협 디자인팀 파트장
실제로 ‘폴리폼’은 이번 박람회에는 참여하지 않고 외부 쇼룸을 새롭게 공개했는데, 절제된 비례와 정돈된 무드로 입면을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살바토리’는 석재를 단순한 마감재로 쓰지 않고, 표면의 질감과 패턴, 가공 방식 자체를 디자인 요소로 삼고 있었습니다. 손이 닿지 않는 하부와 내부까지 겉면과 동일한 수준으로 마감돼 있었죠.
‘발쿠치네’에서는 수전이 상판 안으로 들어가고 수납장이 자동·반자동으로 움직였으며, 무거운 천연석 도어도 부드럽게 여닫히도록 설계돼 있었습니다.
하농의 이탈리아 하이엔드 원목 마루 브랜드 '리스토네 조르다노(Listone Giordano)'는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천연 원목의 질감과 결을 정교하게 살려, 마루를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를 더하는 건축적 요소로 접근합니다. 고객의 평면도를 바탕으로 디자이너가 바닥 패턴을 직접 설계하는 시스템에서도, 마루 한 장까지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요소로 다룬다는 철학이 느껴졌습니다.
이 인연은 밀라노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하농 사옥 쇼룸에 초대받아 다시 한번 브랜드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었고, 밀라노에서 이어진 인연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여러 방향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모듈노바, 헨지, 비아비주노 등 여러 쇼룸을 함께 돌아봤습니다. 특히 조명 브랜드 '비아비주노'에서는 조명기구 자체의 형태보다 빛이 공간과 만나는 방식과 눈부심 제어를 더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이번 출장에서 만난 브랜드, 한눈에 보기
마무리하며
이번 밀라노 출장은 단순히 화려한 디자인을 구경하고 오기 위한 여정이 아니었습니다.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소재와 기능, 사용성과 마감의 완성도를 어떤 태도로 고민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그 태도를 저희 고객님들의 공간에 어떻게 옮겨 담을지 고민하기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아공간은 비싼 마감재를 적용하는 것만이 하이엔드 공간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자재와 하드웨어도 레이어와 비례, 빛과 가공, 그리고 사람의 동선을 세밀하게 설계했을 때 충분히 높은 완성도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밀라노에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무아공간이 걸어온 길
그리고 돌아와서 무아공간이 쌓아온 현장들을 다시 들여다보니, 그 거리가 생각보다 가깝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아공간은 지난 몇 년간 여러 현장을 거치며 같은 방식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습니다. 무아공간이 만들어온 공간들은 밀라노에서 본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무아공간은 앞으로도 이렇게 직접 현장에서 경험하며 발견한 인사이트들을 무아만의 방식으로 다시 해석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여러분의 집에서 만나 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