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alto, 남다름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보에(BOE) 쇼룸에서 만난 데살토와 무아공간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금속 가업에서 출발해,지금은 세계 여러 도시에서 주목받는 하이엔드 디자인 브랜드 데살토(Desalto).
지난 10월, 이탈리아 하이엔드 가구를 선보이는 서울 청담동의 보에(BOE) 쇼룸에서 무아공간 디자인팀 임청하 팀장이 데살토 경영진 두 분을 만나 ‘데살토의 철학과 디자인’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 우리는 ‘디자인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나다운 집을 완성하는 오브제는 어디서 시작되는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오프닝 — 데살토 테이블에서 시작된 대화
▲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임청하 팀장과 데살토 경영진이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
이날 인터뷰에는 데살토의 두 경영진—Mirko Orsenigo CEO(이하 ‘Orsenigo CEO’ / 오른쪽), Francesco Frates CCO(이하 ‘Frates CCO’ / 왼쪽) —가 함께했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보에(BOE) 쇼룸 한켠의 데살토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이번 한국 방문에 대한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무아공간 / 임청하 팀장
”한국 방문이 이번이 두 번째라고 들었습니다. 이제는 익숙하신가요?”
데살토 / Orsenigo CEO
“정말 놀라워요. 한국에 오면 마치 이탈리아에 있는 것처럼 편안합니다. 독일이나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이런 느낌이 없었어요. 한국과 이탈리아 사람들 사이엔 묘한 닮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데살토 / Frates CCO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두 번째 방문인데, 한국에서는 ‘해외’라는 감각이 거의 들지 않아요. 한국 분들이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와 주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 지난 보에(BOE) 주최 데살토 초청 세미나에서 포착한 순간들
무아공간 / 임청하 팀장
“데살토가 한국에서 유명한 브랜드가 됐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계시나요?”
데살토 / Orsenigo CEO
“저희도 확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판매 실적으로도 대중의 반응이 직접 보이니까요. 어제 한국에서 초청한 세미나를 했을 때도 데살토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한국의 청중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저희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데살토 / Frates CCO
“한국은 우리에게 이탈리아 다음으로 주요한 시장이 되었습니다. 이 결과에 대해 매우 만족스럽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적절한 파트너십을 계속 가져가려고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아름답고, 어려운 길을 택합니다
데살토의 가구를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묻게 됩니다. ‘이 독특한 형태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그 질문은 결국, 데살토가 왜 금속이라는 재료를 선택했는가로 이어집니다.
Q. 데살토는 1963년 금속 가공으로 시작한 가족 사업이라고 들었습니다. 금속이라는 재료는 데살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데살토 / Orsenigo CEO
“가업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도 금속 가공은 그 시작부터 ‘유일함’을 의미했어요. 이탈리아 북부의 가구 회사들은 대부분 목재를 다룹니다. 그 안에서 금속을 다루는 건 ‘차별성’을 의미하죠.”
데살토 / Frates CCO
“저는 사실 목재를 다룬 경험이 더 많고, 데살토에 들어오면서 금속을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금속은 목재보다 창의적이고 유연해 더 많은 표현을 가능하게 하죠. 이러한 재료적 특성이 데살토를 독창적인 브랜드로 만들어주었고, 소비자들에게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아공간 / 임청하 팀장
“맞아요. 데살토의 테이블들은 형태가 아름답기로 유명하죠. 이렇게 아찔한 사선을 만들면 구조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는데, 금속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오히려 매우 견고한 것 같습니다.”
▲ 데살토 CEO, Mirko Orsenigo의 인터뷰하는 모습
Q. 데살토는 장인정신으로 잘 알려져 있죠. 높은 완성도를 유지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데살토 / Orsenigo CEO
“비결은 없습니다. 그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아름답고, 동시에 어려운 길을 택합니다. 예를 들어, 이 테이블을 만드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종 결과물은 누구든 데살토의 것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죠. 로고를 읽지 않아도 말이에요. 그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데살토 / Frates CCO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맞춤 제작을 기반으로 하는 장인정신이 우리의 강점입니다. 항상 고객과 긴밀히 소통하며 디테일을 최대한 정교하게 맞추려 노력합니다.”
멀리 있지만 닮아 있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디자인
▲ 임청하 팀장의 질문에 경청하는 데살토 경영진의 모습
한국인들이 이태리 디자인을 사랑하는 이유, 두 나라는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흥미롭게도 형태와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는 감각에는 의외의 닮음이 있었습니다.
Q. 한국인들은 이탈리아 디자인을 정말 좋아합니다. 이탈리아 디자인과 데살토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합니다.
데살토 / Orsenigo CEO
“좋은 질문이에요. 하지만 설명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이탈리아는 놀라운 예술의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데살토가 이런 아름다움과 새로움, 디테일을 추구하는게 되었는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건 한 나라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Made in Italy’가 데살토를 배출해낸 것이 아니라, 애초에 데살토는 그 일부인 거죠. 그래서 이렇게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의 일을 이해하고 사랑해주시는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데살토 / Frates CCO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Made in Italy’는 우리에게 큰 자부심을 주는 이름이에요. 이탈리아인들은 매일 이런 브랜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제 ‘Made in Italy’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으니까요. 한국처럼 먼 곳에 왔을 때, 데살토가 아니더라도 이탈리아 브랜드를 보면 마치 우리의 일처럼 자부심을 느끼게 됩니다. 아무래도 저도 이탈리아 사람이니까요.(ㅎㅎ)”
▲ 보에 쇼룸에 전시된 데살토 ‘클레이 오벌’ 테이블의 모습
Q. 이번엔 한국의 디자인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요즘 한국의 디자인과 유행을 어떻게 느끼고 계시나요?
데살토 / Orsenigo CEO
“개인적으로 저는 2025년 현재 한국 디자인이 이탈리아 디자인과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있는 보에라는 쇼룸은 밀라노에 있을 법한 공간이에요. 스타일, 디테일에 대한 집착, 작품 선택, 브랜드 선정까지 밀라노의 한 장면과 다름없습니다.”
데살토 / Frates CCO
“스타일뿐만 아니라 우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공간에서도 유사한 점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유럽에는 이탈리아와 가까운 나라들이 많지만, 그중에는 독일처럼 취향이 확연히 다른 곳들도 있어요. 독일 시장과 비교하면 한국은 이탈리아와 감각적으로 매우 가까운 편입니다.”
무아공간 / 임청하 팀장
“그래서 한국 분들이 데살토를 사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무아공간과 데살토의 ‘나다움’의 철학
▲ 데살토의 Rebus 시스템 수납장. 나사 없이 자석만으로 조합되는 구조는 ‘삶의 방식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는 데살토의 철학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번엔 무아공간의 철학이자 사명인 ‘나다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공간이든 가구든, 결국 그 사람만의 결을 남기는 것—두 브랜드가 공통으로 지향하는 지점이었습니다.
Q. 무아공간은 한국의 비슷한 아파트 구조에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나다움을 찾아드리는 회사인데요. 이런 철학에 대해 데살토도 공감하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데살토 / Orsenigo CEO
“네,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작품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의 모든 오브제가 데살토라는 브랜드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데살토 카탈로그에 있는 여러 가구를 조합해도 혹은 단 한 점만 놓여도 ‘데살토’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가구가 배치된 공간은 강한 인상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저는 그것이 개인화이자, 우리가 말하는 시그니처라고 생각합니다.”
데살토 / Frates CCO
“오늘날 시장은 점점 더 개인화로 나아가고 있고 특히 우리와 같은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고객들은 더 이상 단순히 테이블만을 원하지 않아요. 그들은 자신만의 것이라고 느낄 수 있는 걸 원합니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맞춤 정장처럼 제품을 최대한 개인화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목표입니다.”
무아공간 / 임청하 팀장
“이 클레이 오벌 테이블도 그렇죠. 사이즈가 다양하고 소재와 컬러도 여러 가지여서 원하는 대로 조합할 수 있더라고요. 작은 집에서는 몇 점만 사용하다가 공간이 넓어지면 크게 재구성할 수도 있고요. 이런 점이 무아공간의 디자인 철학과도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데살토의 새로운 비전, 시작된 변화의 흐름
▲ 변화와 흐름 속에서 방향을 말하는 데살토 CEO
Q.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죠! 데살토는 앞으로 어떤 비전을 갖고 있을까요?
데살토 / Orsenigo CEO
“데살토의 비전은 매우 명확합니다. 미래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현재를 짚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2년 전부터 디자이너 ‘프란체스코 로타’와 예술적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단계를 ‘데살토 2.0’이라고 부릅니다. 리브랜딩을 처음부터 시작한 만큼 해야 할 일이 정말 많고,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앞으로도 우리는 작품의 독점성을 더 강화해 브랜드의 독창성을 더욱 강화하고자 합니다.”
데살토 / Frates CCO
“우리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데살토는 오랜 역사와 탄탄한 기반을 지닌 회사이지만, 프란체스코 로타와 함께 시작한 이 새로운 길은 깊이 탐구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여정이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앞으로 나아갈 ‘길’이 또렷하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미래가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일하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큰 동기이자 설렘이 됩니다.”
인터뷰 내용 중 "열정이 없다면 자신이 하는 일에 공감하지 못한채, 그저 일을 해내는 데 그칠 뿐이다"는 말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습니다. 무아공간 역시 가족분들의 ‘나다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삶을 듣고 불편과 필요를 진단하며, 결과물을 세심하게 완성하는 과정을 소명처럼 이어가고 있습니다.
디자인의 언어는 달라도, 사람의 삶에서 출발해 본질을 고민한다는 태도에서 데살토와 무아공간의 깊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아공간 웹진은 ‘기능미학’관점에서 가족의 불편과 필요를 탐구하고, 디자인으로 그 해답을 제시하는 공간입니다. 앞으로 무아공간이 만들어갈 나다운 공간과 감각적인 스토리를 기대해 주세요. 😊